공지사항
"어려우니 도와달라" 곳곳서 황당한 청탁
관리자
2006.02.10
조회 3,393
"어려우니 도와달라" 곳곳서 황당한 청탁
삼성 기부 8000억원
삼성의 8000억원 헌납안 발표 이후 삼성사회봉사단 전화기가 불이 났다. "도와 달라"며 여기저기서 걸려온 민원 전화 때문이다. "어려우니 한번 봐달라"는 읍소형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재미없다"는 협박형까지 다양하다. "아동복지시설인데 낡은 난방시설을 교체해 줄 수 없느냐" "동네에 노인복지시설을 세워달라"는 민원은 점잖은 편이다. "집 사는 데 돈이 모자라니 보태 달라" "파산하게 됐는데 도와 달라"는 황당한 개인청탁까지 들어온다.
삼성사회봉사단 황정은 부장은 "하루 100통 이상의 민원전화가 걸려와 일을 못할 지경"이라며 "삼성이 내놓겠다니 ¨눈먼 돈¨으로 착각하는 국민이 있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황 부장은 그러나 "우리한테 아무리 민원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8000억원은 아무런 조건 없이 내놓는 것이므로 그 사용 방안에 대해 삼성에서 말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사회의 논의¨를 거쳐 쓸 곳을 찾게 될 것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이 돈을 누가 어떻게 쓸지에 대한 관심은 자꾸 커지고 있다. 연간 운용자금 규모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상 유례없는 거액의 기부금이 어디로 갈지 아직 방향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막대한 재산을 내놓으면서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기보다는 최소한 그 운용 방향이나 성격 정도는 정해 주는 게 기부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기금의 운영 형태는 일단 이 돈을 기금으로 삼아 운영수익으로 사회복지활동이나 장학.공익사업 등을 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사회봉사단에는 벌써 여러 대학으로부터 장학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묻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문제는 운영 주체. 일부에서는 정부가 이 기금의 운용 주체로 나서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가 민간 출연금을 직접 관리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민간이 맡을 공산이 크다는 이야기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이 돈을 맡을 주체로 거론되고 있지만 내부 규정상 성금 모금과 배분은 할 수 있어도 자산운용은 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내심 공신력 있는 정부가 나서 기금의 운영 주체를 정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재계 주변에서는 삼성과 정부의 교감이 어느 정도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형인 삼성사회봉사단 이해진 사장이 그 통로 역할을 했으리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삼성에서는 "사전에 아무런 협의는 없었으며, 그럴 여유도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운영 주체를 정하는 데 있어 조정 역할을 할 정부 부처로 보건복지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거론되고 있으나,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나서는 기미는 아직 없다. 삼성 관계자는 "정부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받기에는 부담스러운 만큼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금의 사용처는 최근 가장 큰 사회 현안으로 떠오른 양극화 해소나 빈곤의 대물림 해소 등이 유력하다. 재단을 만들어 빈곤계층에 대한 대규모 장학사업이나 실업자 직업 재교육사업, 사회복지시설 확충 등을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은 4500억원 규모의 ¨이건희 장학재단¨을 내놓았지만 우수 인재의 국외 유학을 지원하는 장학사업은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원을 받아 유학 중인 학생들에 대한 지원도 졸업 때까지는 계속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삼성은 임직원들의 사회봉사 활동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삼성사회봉사단 민경춘 전무는 "임직원의 봉사활동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자원봉사의 취지에 맞지 않아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2006.02.09 19:20 입력 / 2006.02.09 21:49 수정
출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