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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치매환자, 그들에게 귀기울여주세요

관리자 2005.09.09 조회 3,271
크리스틴 브라이든의 ¨치매와 함께…¨ 출간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1995년 어느 날 호주 여성 크리스틴 브라이든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알츠하이머 병 초기였다. 당시 그녀는 겨우 마흔여섯 살에 불과했다. 게다가 그녀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경력의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다. 호주 수상내무부 제1차관보로 수십 명의 부하를 거느리며 호주의 과학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엘리트여성이었다. 충격과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기막힌 사건은 그녀의 인생을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다른 병일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그녀는 이혼하고 세 자녀를 키우며 일과 가정을 동시에 꾸려야 하는 싱글 맘이었다. 그래서 그냥 무너질 수 없었다. 인생이 180도 바뀌면서 자신의 삶과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알츠하이머 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초기에 치매약을 꾸준히 복용한 덕분에 약간이나마 신체 기능이 개선되었다. 그녀는 더 이상 의학적 통계나 예측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주어진 인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녀가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99년 전직 외교관 출신인 폴 브라이든이 기꺼이 그녀와 재혼한 것도 한몫했다. 그녀는 폴에게 "자신이 알츠하이머 병 진단을 받았고, 앞으로 점점 나빠질 것"이라고 고백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치매를 앓는 것을 지켜보았던 폴은 "나는 이런 일에 충분히 단련돼 있다"며 결혼 이후 그녀의 최고의 보호자이자 지원자가 됐다. 폴은 단지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그녀를 따뜻하게 보살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치매와 함께 하는 그녀의 여정¨에 든든한 동반자가 됐다. 폴은 호주 캔버라에서 알츠하이머병 협회 회장을 맡았으며 몇 년 전에는 국제알츠하이머병 협회 국제회의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여기에 종교도 큰 힘이 돼 주었다. 기독교 신앙은 그녀가 정신적 균형을 잃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힘이었다. 최근 번역돼 나온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김동선 옮김. 인터)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을 당시 자신이 처해 있던 주변 상황과 충격, 절망감, 그리고 이후 3년 동안 일어난 일, 변화, 매일매일 겪은 어려움 등을 꼼꼼하게 기록한 책이다. 지난 1998년 호주에서 출간돼 큰 관심을 모았던 책이다. 치매환자가 직접 썼다는 점에서 전문의나 가족, 간병인 등 돌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인 기존의 책들과 크게 다르다. 책은 일반인의 눈에는 비정상으로 보이는 치매환자들의 태도와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녀는 치매환자의 인격이 존중받고 환자가 올바른 치료와 적절한 보살핌을 받을 권리를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부디 치매를 앓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귀기울여 주세요. 저와 같은 치매환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더라도 여전히 가치있는 사람입니다." 2003년 치매환자로는 처음으로 국제알츠하이머병 협회 이사로 선출되기도 한 그녀는 한국치매가족협회 주최로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제11회 세계 치매의 날 국제심포지엄에 초대돼 자신의 투병생활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268쪽. 1만2천원. shg@yna.co.kr / 2005/09/06 06:40 송고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