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장애인 두번 울리는 자격증 시험
관리자
2004.12.02
조회 3,424
장애인 두번 울리는 자격증 시험
시험장 접근등 어려워 상대적 불이익
수화통역사 배치·편의시설 확충 필
지난달 14일 워드프로세서 2급 필기시험에 응시한 허모(23·여·뇌성마비장애1급)씨는 시험 당일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오른다.
오전 10시40분에 시작되는 시험에 맞추려고 두 시간 전에 일찌감치 집을 나섰지만 지하철 3호선 수서역의 엘리베이터와 휠체어리프트 고장으로 수서역에서만 30분을 허비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지하철을 두번 갈아타고 가까스로 시험장인 대한상공회의소에 도착한 시간은 시험시작 10분 전.
허씨는 ¨그래도 늦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자위하며 초조한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섰다.
허씨는 감독관이 나눠주는 시험지를 받아들고 문제를 풀려고 하니 전동휠체어와 책상 사이의 거리가 멀어 답안을 제대로 쓰기가 어려웠다. 아예 시험지를 손에 든 채로 문제를 풀어야 했던 허씨는 OMR카드 답안작성도 허리를 구부리고 고개를 푹 숙인 ¨힘든¨ 자세로 할 수밖에 없었다.
쉬는 시간에 들른 화장실에는 장애인용 변기가 없어 전동휠체어를 밖에 세워둔 채 좌변기까지 이동하는 불편을 감수했다.
필기시험은 그렇다 하더라도 실기시험을 치를 생각을 하니 허씨는 겁부터 났다. 한글타자를 분당 200타는 쳐야 하는 허씨로서는 손놀림이 느려 실기시험 접수를 미루고 있다.
허씨는 지난 5월 응시했던 한자능력시험에서도 답안을 제 시간에 작성하지 못하고, 곳곳에 빈칸을 못 채운 시험지를 내 자격증 취득에 실패한 쓰라린 기억이 있다.
올해 2월 공인회계사 1차 시험에 응시한 박모(22·여·청각장애2급)씨는 시험시간 내내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운이 안 좋아 시험장 구석 자리를 배정받은 데다 감독관이 멀리 떨어져 있어, 고지내용을 전하는 감독관의 입 모양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결국 답안지 교체는 종료 5분 전까지만 가능하다는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박씨는 뒤늦게 감독관에게 ¨청각장애¨라는 글을 써 보여준 뒤 답안지를 교체해 달라고 사정할 수밖에 없었다.
각종 자격증 보유 여부가 취업의 필수 조건이 된 ¨자격증 홍수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들은 불편하고 배려가 안 되는 시험장 환경 탓에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다.
국가 공인 자격증시험에 장애인 응시가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데다, 장애인 편의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장애인들의 시험에 대한 접근권이 차별받거나 차단되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애인 관련단체들은 시·청각, 지체 장애인이 시험에 응시할 경우 장소는 물론 시험 시간이나 답안 작성 등에 어려움이 없도록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사 배치 등 의사소통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열 소장은 “장애 특성을 고려한 시험 환경을 갖춰 장애인도 기회의 평등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시·청각 , 지체 장애를 지니고 있어도 공무원 시험, 토익, 컴퓨터활용능력시험, 워드 시험 등을 보는 데 차별 요소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은기자 / spice7@segye.com / 2004.12.01 (수) 18:39
출처 :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