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지사항

학교 토요휴무 첫날, 저소득층 ¨그림의 떡¨

관리자 2005.03.28 조회 3,214
학교 토요휴무 첫날, 저소득층 ¨그림의 떡¨ 26일 첫 토요휴무를 실시한 경기 고양시 일산구 마두동 낙민초등학교. 4층 도서실에서는 담당교사의 지도로 독서지도 교육이 한창이었다. 독서카드 작성법을 배우고, 책을 읽은 뒤 독서감상문을 쓰고 감상표를 만드는 어린이들은 자뭇 진지했다. 이들은 평소 읽고 싶었던 책들을 꺼내 눈빛을 반짝이며 책장을 넘겼다. 등교한 학생 중 최고학년인 4학년 성기연군(10)은 “부모님은 일하러 가시고 고등학생 형은 학교에 갔기 때문에 왔다”며 “학교가 쉬지 않고 다른 친구들도 나와서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학년생 김소현양(9)은 “선생님도 계시고 친구들도 있으니 학교에 나와서 책읽는 것도 재밌다”고 웃었다. 7명의 어린이 중 대부분이 집에 부모가 있는 데도 학교에 나온 점이 특이했다. 이에 대해 독서지도 교사는 “아이들 중 대다수가 집에 부모님이 있는데도 학교에 나온 경우란 사실을 알고 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지 않은 가정은 오히려 토요 휴무제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황경희 교사(45·여)는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다양한 대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학교 의존도를 낮춰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고도 주말을 보낼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의 매봉초교는 주5일 수업제 우선시행학교나 시범실시학교가 아니었음에도 사전 수업준비가 잘 된 편이었다. 특히 명예교사로 활동하는 학부모들의 참여가 돋보였다. 이날 학교에 나온 교사는 6명, 학부모 자원봉사단 ¨명예교사¨ 6명으로 모두 12명이었다. 등교한 학생들은 당초 신청자보다 좀 적었다. 38명의 신청자 중 23명만이 나왔다. 대부분이 맞벌이 및 결손가정의 자녀들이다. 1학년반 담당교사 황혜연씨(40·여)는 참여학생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외부 체험학습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님들이 막상 쉬는 날 아이를 보내려니 안쓰러워서 그냥 집에 데리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토요 프로그램을 신청한 정두단씨(45·여)는 “사회적으로 주5일제를 하는 추세지만 그것도 공무원이나 회사원 같은 사람들이나 해당되는 얘기지 우리 같은 맞벌이 가정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며 “우리 같은 가정이라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첫 실시된 토요휴무는 학교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부유층이 몰려 사는 강남지역 학교는 학생들이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이른바 ¨비강남¨권은 수십명의 학생들이 등교해 지역별 편차를 보이기도 했다. 서울 상도초교의 오진화 교사(43)는 “저소득층, 영세회사에 다니는 부모를 둔 아이에겐 토요휴무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교사도 “잘 사는 동네 아이들은 토요일에 쉬면 갈 곳이 많지만 저소득층 아이들은 부모가 여력이 없고 사회적인 교육프로그램도 부족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초·중생들에게 토요휴무가 실질적으로 적용된 반면 입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등학생들에겐 토요휴무제는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학교측은 고교생들에게 봉사활동이나 영화관람 등 가정학습 계획서를 제출하고 사후에 보고서를 내면 쉴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반 강제로 자율학습을 시켰다. 전교조 한만중 대변인은 “수원 ㅅ고 등 몇몇 고등학교가 학생들을 강제로 등교시켜 주5일 수업제의 취지를 훼손시켰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는 토요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학교에 맡기지 말고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 지자체에 다양한 교육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은·이인숙기자 dek@kyunghyang.com〉 입력: 2005년 03월 27일 17:52:04 / 최종 편집: 2005년 03월 27일 18:25:53 출처 : 경향신문